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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과학도 잘생기고 예쁘면 좋은가봐 < 2021.09. 혁신의 뿌리 >

예술가의 목적은 단순히 리얼리즘을 추구하거나 
과학적 정확성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며
예술이 보여주는 것의 폭은 더 넓다

 



예술이 보여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
더 나아가 예술이 지니는 가치는 무엇일까 ?

이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대답하려 한 질문이다.
하나의 정답은 없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서,
과학을 향한 인간의 낭만, 
과학을 향한 인간의 경계,
인간의 상상력 등 
예술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대상은 다양했다.

흔히 예술이라 하면, 향유, 현실과 동떨어진 것
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책은, 예술이 과학과 결합하여
현실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준다.

 




1. 컨스터볼의 구름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풍경화가에게는
일정 수준의 과학적 지식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화학자이자 아마추어 기상학자였던 루크 하워드는
구름을 연구하고 구름에 대한 글을 쓰는 등
과학적으로 구름을 연구한 사람이었다.

새로운 구름 분류체계를 만드는 등의 기상학적 연구를
계속 하면서, 기상학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

그의 연구는 예술에도 영향을 끼쳤다.
풍경화가였던 컨스터볼은 하워드의 연구에서 감명을 받았으며
구름 및 하늘을 작품 안에 정확하게 그려내고자 노력했다. 

기상학을 공부하고, 기상학에 근거하여 그림을 그려갔다.
스케치를 통해 기상 체계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증거를 모았다.
이러한 컨스터볼의 그림들은, 차후 기상학의 발전에 기여한다.

하워드의 과학, 컨스터볼의 예술이 상호간의 발전을 이룬 사례다

이 두사람의 열정이 순수하면서도 부럽다.
자기가 의미를 느끼는 분야를 계속 파고들고,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서 나온 순수한 호기심을 탐구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더 좋은 작품 혹은 더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다른 분야를 주체적으로 공부하는 과정들이 행복했을 것 같다.

게임 프로그래밍이라는 예술공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만드는 게임을 더 사실적이고, 화려하게 묘사하기 위해서
물리를 공부하고, 수학을 공부하는 과정들이 위와 비슷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자기안의 욕구에 귀를 기울이면서, 주체적으로 삶을 개척해나간다는 느낌은
사실 , 한편으로는 고된 여정일 수도 있다라는 점을 느끼기 때문이다.

주체적으로, 자기 만의 길을 개척해나간다는 것은, 불확실성을 마주하는 일이지만
그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자기가 그리는 머릿속의 그림을
현실안에서 그려내고, 이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 과정이야 말로
예술가, 과학자의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프로그래밍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트라우마에 대한 나만의 이론을,
글로만 써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보이는 작품으로 만들어내고 싶은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머릿 속의 세상을 실제 화면으로 그려내고
만들어낼 수 있다라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요소였고
이러한 분야라면 도전하고 싶다라는 열망이 있었다.

이러한 삶이, 육체적으로는 고될지라도
정신적으로 의미있는 삶일 수도 있음을 느끼게 해준 챕터였다.

 



2. 자전거 


19세기 말 자전거가 발명됐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게끔
디자인을 수정하고 바꿔가면서 대중화 되었다.

많은 변화를 이뤄냈다.
자전거가 개인의 이동성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정치와 사회의 상징이 되었다.

자전거는 이전에는 없던, 교통의 편리함을 제공했다.
부유층만 누렸던 여행을, 여성과 노동 계급도 향유할 수 있게 됐고
특히나 여성에게 자유와 자립의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자전거는 곧 자유와 진보를 의미했고
이동성, 사회적 진보, 새로운 생각을 추동하는 전형이 되었다.

자전거로 인한 사회의 변화를 보면서 많은 예술가들도 영감을 얻었고
전통적 유산을 거부하고, 기술적 발전을 지향하는
미래주의 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상현실도 자전거와 비슷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
가상현실은, 사실 예술과 공학의 집합체이다.
가상공간을 만들어내는 과학적 기술과
그 공간을 현실과 비슷하게 디자인 하는 예술의 조합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역시 기존의 사회적 가치관들을
흔들어놓는 등 큰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예전에는 게임이 피폐와 불성실함이라는 가치와 연결되었지만
이제는 개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창의성이라는 가치와 연결되어 간다.

집단보다는 개인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형성되어가면서
이전과 달리 과거처럼 집단의 가치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개성을 만들어가는 것을 추구한다.

이렇게 보면, 시대만 바뀔 뿐, 예술과 과학기술을 통해
주류가 비주류로 되고,
가치관과 사회가 바뀌어가는 과정은 반복되는 것 같다.

산업혁명, 농업혁명 , 4차 산업혁명 등 사회발전을 논할 때,
그 중심에는 "기술" 및 "과학"이 있었다.

하지만 그 "과학"을 잘 들여다 보면, 
그 "과학"이 널리 받아들여지게 하기까지
"예술"이 크게 기여해왔다라는 점이 인상깊었다.

자전거를 대중화시키기 위해 
세발 자전거를 만들고, 자전거 디자인을 바꾸는 등의 과정은
예술적인 감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기술"이 사람들에게 "필요하고 멋진 것"으로
인식되게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예술적인 감동"을 줘야했다.

결국, 과학과 예술 모두 그 자체만으로는 혁신을 일으키기 어렵고
항상 혁신의 근간에는 둘의 조합이 있었다라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사회발전을 목격하거나, 그 과정 중에 있는 사람으로서
그 근간에는 어떤 예술적인 감각 혹은 과정들이 녹아들어있는지를
살펴보게 될 것 같다.